
[시사저널e=문지숙 차의과학대학교 바이오공학과 교수] 우리는 모두 확률 1/400조를 뚫고 나온 슈퍼 당첨자들, 당신은 이미 로또 1등을 100번 터뜨린 기적의 주인공입니다.
당신의 탄생은 100번의 로또 당첨
휴대폰 화면에 “[당첨 축하] 로또1등 10억원”이라는 메시지가 뜬다면?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일이죠. 하지만 우리는 이보다 훨씬 더 놀라운 기적을 이미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수억 개의 정자 중 단 하나가 난자와 만나고 그 작은 생명이 열 달이라는 긴 여정을 무사히 버텨내 세상에 나온 것. 로또 1등이 한 번의 기적이라면, 우리의 탄생은 매주 1등에 연속으로 100번 당첨된 것과 같은 확률입니다.
이 놀라운 생명의 기적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을까요?
우리 각자가 태어날 때 경험한 이 생명의 기적은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닙니다. 지금도 우리 몸속에는 그 가능성을 다시 펼칠 수 있는 열쇠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 몸 안의 숨겨진 보물, 줄기세포와 엑소좀
그 답은 바로 우리 몸 안에 숨어있는 줄기세포와 엑소좀에 있습니다. 어려운 용어 같지만 사실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줄기세포를 회사로 비유하면 ‘신입사원 중의 신입사원’입니다. 아직 어떤 부서에도 배정받지 않아서 어디든 갈 수 있는 무한 가능성의 존재죠. 영업부가 필요하면 영업 전문가로, 기술팀이 필요하면 개발자로 변신할 수 있는 만능 인재입니다. 우리 몸에서는 피부가 상처 나면 피부세포로, 뼈가 부러지면 뼈세포로 변해 손상된 곳을 척척 고쳐내는 ‘천재 수리공’이 되는 것입니다.
더 놀라운 건 줄기세포가 태어날 때부터 지닌 근본적인 잠재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우리 몸이 처음 태어난 순간을 기억하는 듯, 손상된 조직을 만나면 그 잠재력을 발휘해 회복의 과정을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엑소좀은 줄기세포가 보내는 ‘특급 메신저’입니다. 카카오톡처럼 세포들 사이에서 중요한 정보와 영양소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 염증이 심하니까 진정시키고, 주변 세포들아 힘내서 다시 살아나!”라는 메시지와 함께 필요한 물질들을 정확한 위치로 배달해주는 똑똑한 택배기사 같은 존재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놀라운 능력을 지닌 줄기세포와 엑소좀도 나이가 들수록 힘을 잃어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건강하고 젊은 기능을 지닌 세포와 엑소좀을 치료제로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금수저 의학’에서 ‘국민 의학’으로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이런 첨단 치료법들이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러 있지 않나요? 모든 사람이 마땅히 누려야 할 치료법이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진짜 의학은 모든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을 때 완성됩니다. 바로 ‘줄기세포의 민주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를 위해선 네 가지 핵심이 필요합니다. 안전성, 효과, 합리적 가격, 그리고 접근성입니다.
정밀하고 깨끗한 공정을 통해 미리 제작해둔 ‘기성품’ 세포치료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명확한 질환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서 투명한 데이터로 효과를 증명하고, 치료 후에도 환자 상태를 꾸준히 관리해 신뢰를 쌓아가야 합니다.
왜 하필 대한민국일까요?
그럼 왜 우리나라가 이 줄기세포 민주화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을까요? 우리에겐 남다른 강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서울 중심의 병원-연구소-바이오 벤처 생태계입니다. 강남에서 판교까지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좁은 땅에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어 협업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릅니다.
둘째, 우리의 디지털 의료 시스템입니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전자의무기록과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는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보물창고입니다. 이런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더 정확하고 개인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집니다.
셋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로 다져진 우리의 정밀 제조 DNA입니다. 나노미터 단위로 칩을 깎아내는 그 기술력으로 세포치료제를 만든다면? 품질과 안전성 면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K-뷰티와 의료관광으로 입증된 우리의 임상 역량입니다.
새로운 기적을 함께 만들어 갑시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있습니다. 우리 치료제의 정확한 성분과 효과를 전 세계가 인정하는 기준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험난한 길을 제대로 걸어간다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이면서도 보통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치료법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100번의 로또 당첨이라는 기적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이제 우리의 손으로 두 번째 기적을 만들어낼 차례입니다.
힘든 병과 싸우는 환자들에게, 그리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진짜 희망을 주는 치료법.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함께 이뤄낼 수 있는 다음 기적입니다.
사실 바이오 기술은 너무나 복잡하고 전문적이어서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들이 실제로 환자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100번의 로또에 당첨된 기적으로 태어났습니다. 이제는 그 기적을 모든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으로 확장할 차례입니다.
[앞으로 계속될 연재에서는 이런 어려운 딥 바이오 이야기들을 최대한 쉽고 친근하게 풀어보려고 합니다. 줄기세포의 민주화가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병원 현장에서 환자분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그 과정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문지숙 차의과학대학교 바이오공학과 교수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출처 https://www.sisajournal-e.com/news/articleView.html?idxno=414748
[시사저널e=문지숙 차의과학대학교 바이오공학과 교수] 우리는 모두 확률 1/400조를 뚫고 나온 슈퍼 당첨자들, 당신은 이미 로또 1등을 100번 터뜨린 기적의 주인공입니다.
당신의 탄생은 100번의 로또 당첨
휴대폰 화면에 “[당첨 축하] 로또1등 10억원”이라는 메시지가 뜬다면?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일이죠. 하지만 우리는 이보다 훨씬 더 놀라운 기적을 이미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수억 개의 정자 중 단 하나가 난자와 만나고 그 작은 생명이 열 달이라는 긴 여정을 무사히 버텨내 세상에 나온 것. 로또 1등이 한 번의 기적이라면, 우리의 탄생은 매주 1등에 연속으로 100번 당첨된 것과 같은 확률입니다.
이 놀라운 생명의 기적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을까요?
우리 각자가 태어날 때 경험한 이 생명의 기적은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닙니다. 지금도 우리 몸속에는 그 가능성을 다시 펼칠 수 있는 열쇠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 몸 안의 숨겨진 보물, 줄기세포와 엑소좀
그 답은 바로 우리 몸 안에 숨어있는 줄기세포와 엑소좀에 있습니다. 어려운 용어 같지만 사실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줄기세포를 회사로 비유하면 ‘신입사원 중의 신입사원’입니다. 아직 어떤 부서에도 배정받지 않아서 어디든 갈 수 있는 무한 가능성의 존재죠. 영업부가 필요하면 영업 전문가로, 기술팀이 필요하면 개발자로 변신할 수 있는 만능 인재입니다. 우리 몸에서는 피부가 상처 나면 피부세포로, 뼈가 부러지면 뼈세포로 변해 손상된 곳을 척척 고쳐내는 ‘천재 수리공’이 되는 것입니다.
더 놀라운 건 줄기세포가 태어날 때부터 지닌 근본적인 잠재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우리 몸이 처음 태어난 순간을 기억하는 듯, 손상된 조직을 만나면 그 잠재력을 발휘해 회복의 과정을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엑소좀은 줄기세포가 보내는 ‘특급 메신저’입니다. 카카오톡처럼 세포들 사이에서 중요한 정보와 영양소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 염증이 심하니까 진정시키고, 주변 세포들아 힘내서 다시 살아나!”라는 메시지와 함께 필요한 물질들을 정확한 위치로 배달해주는 똑똑한 택배기사 같은 존재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놀라운 능력을 지닌 줄기세포와 엑소좀도 나이가 들수록 힘을 잃어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건강하고 젊은 기능을 지닌 세포와 엑소좀을 치료제로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금수저 의학’에서 ‘국민 의학’으로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이런 첨단 치료법들이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러 있지 않나요? 모든 사람이 마땅히 누려야 할 치료법이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진짜 의학은 모든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을 때 완성됩니다. 바로 ‘줄기세포의 민주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를 위해선 네 가지 핵심이 필요합니다. 안전성, 효과, 합리적 가격, 그리고 접근성입니다.
정밀하고 깨끗한 공정을 통해 미리 제작해둔 ‘기성품’ 세포치료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명확한 질환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서 투명한 데이터로 효과를 증명하고, 치료 후에도 환자 상태를 꾸준히 관리해 신뢰를 쌓아가야 합니다.
왜 하필 대한민국일까요?
그럼 왜 우리나라가 이 줄기세포 민주화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을까요? 우리에겐 남다른 강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서울 중심의 병원-연구소-바이오 벤처 생태계입니다. 강남에서 판교까지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좁은 땅에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어 협업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릅니다.
둘째, 우리의 디지털 의료 시스템입니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전자의무기록과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는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보물창고입니다. 이런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더 정확하고 개인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집니다.
셋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로 다져진 우리의 정밀 제조 DNA입니다. 나노미터 단위로 칩을 깎아내는 그 기술력으로 세포치료제를 만든다면? 품질과 안전성 면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K-뷰티와 의료관광으로 입증된 우리의 임상 역량입니다.
새로운 기적을 함께 만들어 갑시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있습니다. 우리 치료제의 정확한 성분과 효과를 전 세계가 인정하는 기준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험난한 길을 제대로 걸어간다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이면서도 보통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치료법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100번의 로또 당첨이라는 기적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이제 우리의 손으로 두 번째 기적을 만들어낼 차례입니다.
힘든 병과 싸우는 환자들에게, 그리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진짜 희망을 주는 치료법.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함께 이뤄낼 수 있는 다음 기적입니다.
사실 바이오 기술은 너무나 복잡하고 전문적이어서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들이 실제로 환자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100번의 로또에 당첨된 기적으로 태어났습니다. 이제는 그 기적을 모든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으로 확장할 차례입니다.
[앞으로 계속될 연재에서는 이런 어려운 딥 바이오 이야기들을 최대한 쉽고 친근하게 풀어보려고 합니다. 줄기세포의 민주화가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병원 현장에서 환자분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그 과정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문지숙 차의과학대학교 바이오공학과 교수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출처 https://www.sisajournal-e.com/news/articleView.html?idxno=414748